헤럴드경제 / 이권형 기자
이권형 기자의 기발한 특허 이야기
2008-11-06
한(恨)이 많은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된다는 말이 있다. 때문에 어쩌다 죽은 사람의 혼백이 나타났다고 믿으면 점을 보고 굿을 하며 살아있는 사람을 괴롭히지 말라고 간청한다.
사람이 죽으면 가능한 멀리 시신을 매장하는 우리네 풍습도 그런 연유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고 사회가 개방됨에 따라 묘지, 즉 죽은 사람이 놓여 진 곳은 우리 생활권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인식도 차츰 바뀌고 있다.
얼마 전 유골을 보석처럼 성형해 아름다운 형체로 보관할 수 있는 특허가 출원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골을 보석으로 만든다고?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발명가 양송철(40) 씨는 유골을 다양한 크기나 형상으로 성형하거나 금이나 은도금으로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이른바 ‘유골 성형 보석’을 개발했다.
인조 다이아몬드 제조업을 하고 있는 양씨는 평소 납골당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던 터에 다이아몬드 제조기술을 화장 문화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착안할 수 있었다.
화장 후 남은 유골을 미세하게 분쇄하고 가압해 새로운 형상의 보석 또는 인조 다이아몬드 등으로 제조하는 기술이다. 이를 집안에 보관하면 기존 보석과 똑같고 단체로 보관한다면 보석 전시장을 연상 할 수 있다.
종교에 따라 십자가, 묵주 등과 같이 휴대할 수 있는 형태로도 가능하다. 고인이 살아있을 당시 좋아했던 동물, 꽃 또는 초상화로도 성형할 수 있다. 유골을 고인의 생전 얼굴로 만들어 휴대전화 고리로 모시고 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유골이 더 이상 혐오스런 존재가 아닌 아름다운 보석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양 씨의 출원기술은 기존의 제품(외국 기술)이 화장 후 남은 유골을 고온(1680도 이상)에서 녹여 형상물에 삽입하는 것과는 차이점이 크다.
유골을 고온이 아닌 저온상태에서 가압해 골분의 DNA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며 원래의 골분 형태로 회기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분골(粉骨)상태 보관으로 혐오감이나 거부감의 이미지를 종식시키고 휴대가 가능해져 고인과의 유대를 강화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사실 납골당에 보관하는 유골은 습기 탓에 냄새가 나고 벌레가 생겨 영구 보관이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며 참을 수 없는 슬픔에 잠겨 본적이 있는가?,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사무치는 그리움에 몸서리 친 적이 있었던가?
이제라도 뼈 속 깊이 사무치는 슬픔과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는 특허가 출원된 것은 정말이지 다행한 일이다.
더욱이 사후 영원한 안식처로 여겨지던 묘지가 문명의 발달과 인구의 도시 집중화로 더 이상 영원한 안식처가 될 수 없는 시점에서 ‘유골성형보석’은 장례문화의 새 패러다임이다. ‘죽으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도 이제는 ‘죽으면 보석으로 환생한다’는 말로 바뀔 날이 멀지않았다
대전 = 이권형 기자(kwonh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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